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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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을 작성할 때 세계적으로 주로 사용되는 방식들이 있다. 즉 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MLA (Modern Language Association), CMS (Chicago Manual of Style) 방식이 그 구체적인 내용인데, 이것들이 각각 주로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에서 참고문헌과 인용표기를 작성할 때 사용된다. 이것은 필요에 따라 익히고 사용하면 된다. 이 글은 이런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인도학 혹은 인도고전학에 연관되어서 참고문헌 혹은 인용 표기에서 겪게 되는 의외의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이름의 나열 순서에 관해서 생각해 보자. “von Glasenapp”의 이름에서도 나타나는 “von”은 프랑스 이름의 “de”나 네델란드 이름의 “van” 등과 같이 성(family name)에 속한다. 따라서 “~가 이렇게 말했다”라고 이야기하려면 “폰 글라제납이 이렇게 말했다”라고 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von Hinüber”의 경우라면 “폰 힌위버는 이렇게 말했다”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관습을 벗어나서 자신이 어릴 때부터 사용하던 성을 계속 사용하거나 혹은 자신의 원래 성과 남편의 성을 병기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식 서류에서 이렇게 이름을 표기하는 일이 허가될 만큼의 사회적 변화가 일어난 후에 가능한 일이어서, 개별 국가의 사회적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다. 여튼 인도중세어 관련 분야 최고 권위자라 할 수 있는 von Hinüber의 부인인 Dr. Haiyan Hu-von Hinüber는 원래의 중국 성 Hu와 남편의 성을 병기하는 경우인데, 역시나 인도학 불교학 분야의 학자이다. 그래서 성이 “Hu-von Hinüber”가 된다. 이런 경우라면 철자순으로 나열할 때 “H” 아래로 두면 된다. 그런데 “Oskar von Hinüber”라거나 “Leonard van der Kuijp”의 경우 모두 순서상 “v” 아래에 넣을지가 문제가 된다. 우선 정답은, 모든 경우에 지켜야 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행은 있고, 또 모든 공식적인 서지사항을 관리하는 기관들의 기준은 있다. 특히나 정보의 연동이 중요해지는 요즘은 형식적인 통일이 훨씬 더 중요해지는지라, 이제 특정한 기관들의 관행은 사회적인 기준으로 관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기에 맞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출간물의 경우 각국의 기관에서 정하는 방식으로 Cataloging In Publication (CIP)를 작성하고 이를 명기하는데, 여기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공식적인 표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 거의 모든 경우에 Hinüber, Oskar von 이라고 표기하고 Kuijp, Leonard W. J. van der 라고 표기한다. 결국 성에서 변별력이 없는 부분을 철자순으로 나열할 때에는 제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을 언급할 때에는 항상 “폰 힌위버”라거나 “반 데어 카잎”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서 특정한 경우에는 이름을 “von Hinüber”라고 적고 “H” 항목 아래에 둘 수 있다.


한국어 출간물에는 한국어를 기준으로 기존 간행물의 필자들을 언급해야 해서 결국 필자들의 이름이 어떻게 발음되는지를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로 네델란드 이름 “Gonda”는 “곤다”가 아니고 “혼다”에 가깝게 발음된다. 발음 자체는 후두음으로 해야 하는 발음이다. 하지만 한국어로 표기하기에는 “ㅎ”이 제일 가깝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름 표기의 판단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간단하게 결론을 말하자면, 본인이 어떻게 발음을 하는지에 따른다. “Thomas More”의 경우 “토마스 무어”라고 읽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사람 이름을 “모어”라고 하지 않는다. 지중해의 섬 이름 “Malta”는 “몰타”라고 해야 한다. 우리가 읽고 있는 철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원래의 발음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철자는 발음을 기록하는 수단들 중의 하나인 문자기록의 특정한 관습일 뿐이다. 그렇다면 “Gonda”를 “혼다”라고 읽는 것은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지 물을 것인데, 우선 떠오르는 답은 “선생이 알려 주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선생도 모르는 경우라면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염두에 둘 것은 무작정 영어 철자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영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그리고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괴리가 큰 언어이다. “폰 힌위버”, “반 데어 카잎”이라는 발음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 (아마도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 방향의 해결책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슬라브계 이름도 종종 발음을 알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샨도르 쪼마 더 쾨뢰쉬(Sándor Csoma de Kőrös)의 경우라면 인터넷에서 그 발음기호를 찾을 수도 있는 경우이다.


철자가 같더라도 발음이 다른 경우들이 있고, 그 발음의 차이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나 그 조상의 역사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Dreyfus”라고 표기하는 이름의 경우라면 본인이 영어권 국가에 살면서 “드라이퍼스”라고 발음을 한다면 그렇게 표기하면 된다. 그런데 본인이 프랑스인이거나 프랑스계이고 “드레퓌스”라고 프랑스식으로 발음을 한다면 그것이 맞다. 만약 “Dreifuss”라고 적고 본인이 영어식으로 “드레이퍼스”라고 읽을 수도 있을 것인데, 독일인이거나 독일계라면 “드라이푸쓰”라고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 이름이 유대계 이름으로 만들어진 어원과 관계가 있어서 독일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Dreifuss”로 프랑스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Dreifus”로 철자를 표준화시킨 역사와 관련이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철자가 주어진다고 해서 같은 발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예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발음에 편차가 있을 경우 많은 경우에는 역사적인 맥락이 함께 한다는 사실도 이 이름이 잘 보여주고 있다.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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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고전학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연구자들의 경우에도 흔하게 범하는 실수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실수들을 실수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는 연구자들이 자신이 범하는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이러한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참고문헌 작성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학의 교양과정의 작문 과목이나 혹은 학기 과제물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것이 일반적인 사정이라고 보인다. 그래서 하찮은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잔소리”가 될 수 있을 내용들을 추려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연구자들의 경우라면 민망한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챙겨서 보아야 할 대목이 될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논문 심사에서 그리고 논문 발표장에서 이루어지는 논평에서 이러한 기초적인 혹은 상식적인 내용을 무한반복 방식으로 되풀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람도 있다.


인도고전과 연관되는 참고자료를 인용할 때에는 본인이 확인한 자료가 아닌 것은 쉽게 인용하면 안 된다. 필자도 몇 번 확인한 적이 있는 사실은 잘못된 서지사항이 다시 재활용되면서 전승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서지사항을 스스로 만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것을 유포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본인이 확인하지 못한 자료에 대한 이차 서지정보는 이차 정보에 의존한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것은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원문자료의 서지사항을 제시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흔하게 쓰이는 방식의 현대 서구의 출간물들을 기준으로 간략한 서지정보를 제시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데에 문제 혹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Harvard Oriental Series라거나 Sanskrit Texts from the Tibetan Autonomous Region (STTAR) 등의 시리즈를 근거로 생각한다면, 시리즈 이름과 번호를 제시하는 것으로 어떤 단행본을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해 충분하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인도에서 출판된 쌍쓰끄리땀 출간물들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정확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자신이 사용한 출간물에 대한 정보를 밝혀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같은 제목의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시리즈 번호가 중복되거나 일관되지 못한 경우가 생겨난다. 예로 쌍쓰끄리땀 원전 자료의 출처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시리즈물 중의 하나인 Kāśī Sanskrit Series만 하더라도 복잡한 사정이 있다. 서점을 (한국에서 흔하게 생각하는 방식의 ‘출판사’라고 부를 만한 그럴듯한 건물과 시설과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만들어낸 출간물들의 질을 폄하하거나 혹은 그 의미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차려서 나름의 큰 성공을 거두고 또 의미심장한 문화적 성취를 이룬 아버지가 만들기 시작한 시리즈물이 문제 상황을 맞은 것은 아들들의 상속과 연관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아들들 여러 명이 각자 서점(출판사)을 차리면서 시리즈 번호가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있을 리가 없는 한국의 연구자들은 그들이 아는 ‘상식’ 선에서 출간물에 대한 정보를 대하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에는 실제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고전자료를 인용할 때에는 정확하게 세부사항을 모두 분명하게 밝히는 서술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맞물려 있는 문제는, 인도에서 국가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한 관행에서 여러 출판업자들(내지는 서점 주인들)이 이미 출간된 출간물을 그대로 복제해서 제목을 바꾸는 방식으로 재출간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을 펴 보고 판형과 편집을 보고 그 책이 어느 출판물의 몇 년도 판을 복사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독자가 아닌 이상 자신이 손에 잡은 혹은 이미지를 얻은 출간물의 표지에 적힌 서지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당 출간물이 1990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1890년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된 것이라고 한다면 상당한 문제가 있다. 100년의 세월 동안 해당 텍스트와 해당 주제에 대해 이루어진 연구성과는 모두 무시한다도 치더라도, 잘못된 서지사항에 기초해서 독자가 받게 되는 잘못된 인상은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출간물들에 대해서는 항상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출간물들은 사용된 원본의 정보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상당한 경험을 가진 연구자가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출간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인도고전에 대한 서지사항을 제시할 때에는 최대한 본인이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원판 정보를 추적하고 그 원판의 정보에 대한 서술을 함께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영국의 Pali Text Society처럼 원판을 출간했던 출판 주체가 다시 재판들을 찍어 내는 경우에는 당연하게 원판의 출간연도와 정보 그리고 혹시라도 개정판이 있었다면 개정판에 대한 출간연도와 정보가 잘 정리되어 담겨 있다. 따라서 1890년에 출간된 책이 1990년에 재판된 것이라면 “1890/1990”이라거나 “1890 [reprint, 1990]” 등등의 형식으로 원판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상당한 연구자들은 자신이 손에 잡은 인쇄본의 발행일을 기준으로 발행년도를 “1990”이라고만 적고 만다. 이것은 아주 강한 정보의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해당 판본을 편집한 학자는 1890년에 사용가능한 자료를 사용해서 그 당시의 지식수준으로 만들어 낸 자기 나름 최선의 판본을 만들었겠지만, 1990년에 학계에 알려진 자료들과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반영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맥락에서 예로 네루(Nehru)의 󰡔인도의 발견󰡕을 생각해 보자. 이 책은 2000년 이후에 나온 밀레니엄 편집본이 있기는 하지만, 네루가 고민하고 나름의 생각을 제시한 맥락을 이해하자면 네루의 원본 출판년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사한 일들이 아주 작은 논문들의 인용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인도고전학 분야에서 중요한 자료들이 담긴 Helmuth von Glasenapp-Stiftung의 지원을 받아 출간되는 Kleine Schriften 시리즈에는 우리가 흔히 “대가”라고 부를 수 있는 학자들의 수많은 글들이 담겨 있다. 특히 나중에 구해서 보기도 힘든 짧은 기고문이나 서평들이나 혹은 지역 언론이나 문학잡지 등등에 실린 글들을 모아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경우들이 많아서 무척이나 요긴한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여기에 실린 글들을 인용할 때에는 Kleine Schriften이라는 단행본이 출간된 연도, 예로 1990년을 적으면 안 된다. 실제로 그 글이 발표되었던 원래의 연도를 밝혀 주어야 한다. 만약 원래의 출간년도가 없이 1990년으로 발표시기가 기록된다면, 1800년대 말에 이루어진 특정한 논쟁의 한 복판에서 필자가 제시했던 입장을 독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가 큰 문제가 된다. 특히나 인용하는 사람이 원본 자료를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고 Kleine Schriften에 실린 나중의 (대부분은 Xerox 복사 형태로 제시된) 이차 자료를 사용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